이세득 탄생 100주년 기념

서정추상과 심상의 기록

Lyrical Abstraction and Record of Cherished Images

한국적 서정추상의 기수(旗手), 이세득 화백

갤러리라온에서는 한국적 서정추상의 선구자이자 미술행정가로서 한국 미술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이세득 화백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를 개최합니다.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세득 화백은 일본과 파리에서 유학하면서 전후 추상미술이라는 국제 미술계의 흐름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한국적 서정추상의 세계를 개척해 나갑니다. 이와 더불어, 한국미술협회, 국제조형미술가협회 및 국립현대미술관회 등에서 대표적인 활동을 하였으며, 선재미술관장(1991-1998) 등을 역임하면서 해외전시 기획 등으로 한국 미술계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이처럼 <서정추상의 기수>라 할 수 있는 작가로서의 역량과 왕성한 활동과 큰 영향을 미술행정가로서의 위치에 비추어 볼 때, 그의 주요 작품들과 예술적 기량을,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새롭게 재조명하는 일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세득 화백의 작품활동과 서정추상

이세득은 1943년, 일본동경제국미술학교에서 수학하던 20대에는 구상미술 위주로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또한, 1958년 파리로 유학하기 전에도 구상미술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하였지만, 파리로 유학한 이후부터는 화풍이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당시 유럽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던 앵포르멜 등 격정적인 추상미술을 체험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추상미술을 시작합니다.

파리에서 귀국한 후, 1966년부터는 한국의 단청을 활용한 “향” 씨리즈가 제작되기 시작됩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들과 서정추상의 조화와 융합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70년대 초반부터는 감각적이고 밝은 색체의 세련된 추상화면에 고구려 고분벽화의 문양, 단청의 색채, 기와의 둥근 연주문, 수막새 기와, 오방색, 전통 목판화, 백제왕릉의 왕비관 모티브 등 전통적인 모티프를 이용했습니다. 전통적 모티프를 세련되게 이용하여, 밝고 부드럽고, 투명한 작업을 수행하면서 이세득만의 독자적인 서정추상의 화풍을 개척하였습니다.

서정추상(Lyrical Abstraction)이란?

추상미술의 종류

한국 추상미술에는 앵포르멜(뜨거운 추상), 기하추상(차가운 추상), 색면추상, 문자추상, 모노크롬(단색화) 등 다양한 유형의 추상미술이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이세득 화백은 한국적인 서정추상을 독자적으로 새롭게 개척하여 우리의 추상미술을 좀 더 세련되고 풍요롭게 해줍니다.

서정시(詩)

문학(시)에서 자신의 주관적인 정서나 감동을 높이 노래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시를 서정시라고 합니다.

김소월(金素月), 한용운(韓龍雲), 정지용(鄭芝溶), 김광균(金光均), 김영랑(金永郞), 조지훈(趙芝薰), 박목월(朴木月) 등을 대표적 서정시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서정에 바탕을 두고 시를 창작하였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를 미적으로 고양하고 정화하여 드러내는 문학을 서정문학이라고 부릅니다.

서정추상

마찬가지로 서정추상은 다분히 개인적·주관적이며, 자유 분방한 감성을 추상적으로 표현합니다. 즉, 서정추상은 사물과 인간, 자연과 우주 등 실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정서나 감정, 감동 혹은 마음 속의 형상(心像)을, 마치 시(詩)나 음악과 같이 자유롭고 율동감 있으며, 편안하게 노래하는 듯한 추상미술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조 혹은 화풍에 비하여, 작품 내용이 심각하거나 어둡거나, 딱딱하거나 차갑지 않습니다.

유럽에서의 서정추상

이러한, 서정추상은 1940년대 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프랑스식 앵포르멜 미술로서, 작가의 내적인 심리상태를 무의식적, 자발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심리적 추상이라고도 합니다.

한편, 1960년 말에 들어서서, 서구의 많은 예술가들은 기하학적이며 딱딱하고, 이성적인 미니멀 스타일에서 벗어나 더 서정적이고 감각적이며 낭만적인 추상화를 지향하게 됩니다.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서정추상이 관심을 받게 됩니다. 슈나이더(Gerard Schneider), 슐라주(Pierre Soulages), 아르퉁(Hans Hartung), 볼스(Wols), 드 스탈(Nicholas De Stael), 마티유(Georges Mathieu) 등이 대표적인 서정추상의 작가들입니다.

한국에서의 서정추상과 이세득 화백

한국에서의 서정추상은 1950년대 말경에 시작됩니다. 이세득을 포함한 수 많은 추상 화가들이 자연에서 출발하여 추상에 도달하게 되며,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모하는 반추상의 형태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청년작가들이 1970년대에는 대부분 사실주의 회화나 모노크롬(단색화)으로 변모해 갑니다. 반면에, 김환기, 유영국, 남관, 이성자, 유경채 등은 다양한 양식적 변천을 겪으면서, 비교적 충실히 서정적 추상화 작업을 합니다.

특히 이세득은 1962년 파리에서 귀국한 이후, 40여 년간 한 결같이 서정추상 화가로서의 길을 묵묵히 개척하였습니다. 즉, 유파와 화풍을 넘나드는 다양한 양식적 변천보다는, 서정추상 작업 속에서의 양식적, 형식적 발전을 꾸준히 개척하였습니다.

이세득 서정추상의 특징

이세득 화백의 서양의 서정추상 작가들과는 유사하면서도, 차별화된 작업을 선택합니다. 사물과 풍경의 재현 보다는, 멜로디의 라인과 조화로 만들어진 음악적인 패턴을 추상적인 모습으로 강렬하게 표현하거나, 다양한 마음 속의 모습(心像)을 자유롭고 서정적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구도면에서 보면, 우주(Cosmos)처럼 광활한 공간, 한치의 나아감과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균형 잡힌 탄탄한 구도, 연속과 불연속·혼돈과 질서의 반복, 따뜻함과 간결함 속에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함이 담겨 있습니다.

필선 면에서 보면, 화면에는 내재적인 율동감이 담겨 있으며, 형태는 자유 분방하며 유동적입니다. 자연풍경, 인물형상, 구름과 바람, 각종 문양 등에서 느껴지는 힘과 동세, 힘찬 필선과 운동감은 서정추상 회화가 갖출 수 있는 세련되고 높은 예술적인 차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색채 면에서 보면, 이세득의 작품은 풍부한 감성적 색채를 사용하면서도 명랑하고 경쾌합니다. 옅은 민트색 바탕 위의 곱고 투명한 주홍색과 초록색, 여러 색상들의 조화로운 배색 등을 통한 세련된 색채는 열반세계의 황홀한 경지 혹은 내면에서 바라 본 우주의 모습 등을 좀 더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양식적으로 보면,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는 한국의 전통적 모티브를 폭 넓게 활용하였으며, 1980년대에는 순수추상형태로 변모해 갑니다. 다시금 자연으로 되돌아 가며, 그 자연에다 자신의 심상(心像) 공간을 투영합니다. 이러한 공간은 우주적 공간과 유사합니다.

주제별로 보면, <생태>, <코스모스>, <단상>, <열반(Nirvana)>, <고화(古畵)>, <단청>, <주(宇宙)>, <심상(心像)> 등의 다양한 연작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꾸준히 서정추상을 구현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표현된 자유롭고 부드러운 그의 서정추상 화풍은 한국적인 모티브와의 접목을 통하여 독창적인 서정추상의 예술세계를 개척하였습니다.

June 8 – July 8, 2021

*관람시간 : 11:00 – 18:00

*입장마감 : 17:30

*일,월요일은 휴관입니다.

*COVID-19로 별도의 오프닝 행사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갤러리라온은 COVID-19 확산 예방 및 방문객의 건강과 안전한 관람을 위해 예방수칙을 준수하고자 합니다.

*갤러리 입장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방명록 작성 및 손소독 후 전시장에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Works

Installation Views

Artist

이세득 (李世得/소묵(小默))

1921-2001

1921, 2월 3일 서울에서 이정(李政)과 유암이(劉岩伊)의 차남으로 출생

1928, 미동 보통학교 입학

1934, 서울 미동학교를 마치고 함흥으로 이주

1935, 함흥고등보통학교 입학

1939, 일본 가와바타 회화학교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

1940, 도쿄제국미술학교 서양학과에 진학

1943, 학병소집령으로 징집

1945, 해방 후 11월 2일 함흥집으로 돌아옴

1946, 3월 11일 밀선을 타고 주문진으로 탈출, 서울로 남하

1947, 무학고녀 미술교사로 교편생활을 시작, 이후 수도고녀로 부임

1949, 미군정청 주최의 <전국종합미술전람회>에서 대상으로 첫 수상

1950, 한국 전쟁 발발. 대구로 피난, 국방부 종군화가단 사무국장을 맡다

1952, 부산 피난시절, 정형택(鄭亨澤)을 만나 결혼, 환도 후 숙명여대 출강

1955, 국전에 200호 군상 <거리>를 출품하여 특선, 문교부장관상 수상 / 반도호텔에 당시 한국 최대 현대적인 벽화 <고식>을 그리다

1957, 미국 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 <한국현대미술전람회> 출품

1958, 파리 유학을 위한 <도불전> 개최, 10월 파리 유학길에 오르다

1958~1961, 파리에서 작업 및 연구, 1960년 파리 세르클-볼네 화랑 전시에 출품

1962, 파리에서 4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옴. 1962년부터 1969년까지 서울대 미술대학 출강

1965,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한국 대표로 출품, 제5회 IAA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 / 세종기념과,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등의 실내장식 진행

1967, 일본 도쿄 니혼바시 화랑, 오사카 나가미야 화랑 개인전 개최

1968, 최초의 한국미술 해외전시인 도쿄근대미술관 <한국현대회화전>에 출품

1970, 서울 신세계 화랑 타피스트리 개인전 개최

1971, 일본 오사카 예술대학 객원교수로 재직

1972, 제15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한국대표 참가 및 공동심사

1973, 홍콩 시티뮤지엄 앤 아트앤갤러리에서 개인전 개최

1975, 미국 시애틀 아시아센터에서 개인전 개최, 국회의사당 실내장식 진행

1976, 일본 히로시마 미츠코시 백화점 화랑에서 일본작가 쿠스노키와 <2인전> 개최

1977, 타이페이 롱맨갤러리에서 개인전 개최

1978, 서울 문화화랑에서 개인전 개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미술관회 구성 참가

1979,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자문위원 역임

1980, 서울 선화랑 개인전 개최, 국전 운영위원 역임

1981, 사단법인 현대미술관회 이사 역임

1982, 오사카 하구화랑에서 드로잉 개인전 개최

1985 서울 선화랑 개인전 개최

1986,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인전 개최, 선재미술관 설립준비

1987,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위원회 회장 역임

1989, 일본 삿포로 대동화랑에서 개인전 개최

1990, ‘92 세비아 세계박람회 자문위원 역임

1991, 호암갤러리에서 화업 50년을 정리하는 회고전 개최 / 경주 선재미술관 초대관장 역임

1994, 도쿄에서 열린 CIMAN에 참가

1995, CIMAN에 참가, 포르투갈 리스본 엑스포 자문위원 역임

1998, 경주 선재미술관 관장 사임, 5월, 안구 수술 중 폐암 진단

1999, 5월 선재아트센터에서 회고전 개최

2001, 4월 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80세를 일기로 작고